순천만의 흑두루미 그 날개를 펼치다

순천만에 남아있는 흑두루미 두 마리
안영희 기자   |   송고시간 : 2018-04-12 19:20:43

[전영국 순천대학교 두루미과학예술센터장 및 과학영재교육원장]


"떠나지 않고 남아있을까요? 아직도 두 마리가 순천만에 있다고 합니다."


흑두루미에 대한 소식을 전하던 발표자가 반갑다는 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약 200여명의 참석자들이 모인 가운데 두루미 국제심포지움이 지난 6일 순천만정원의 습지센터에서 열렸다.

 

오전 9시경 인안초등학생들의 노래와 오카리나 등 악기 연주에 이어 나는 뒤쪽 한 구석에서 흑두루미로 변하고 있었다.

 

 

'순천만 흑두루미 두리의 귀환'

 

예전의 두리. 나도 모르게 좁디 좁은 닭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 치듯이 온 몸을 이러 저리 움직였다. 야생 습지에서 먹던 물, 지렁이, 낙곡 대신 닭 모이만 먹고 살아야 했던 나날들.


4월이 지나고 기온이 올라 더위가 시작되어도 어디 탈출할 수도 없고 그냥 닭장 우리에서 버텨야 했던 나날들.

 

그 길고 긴 시간의 흐름 속에서 꿋꿋이 버티었던 두리. 12년의 긴 세월을 홀로 버티며 비록 닭처럼 살더라도 두루미의 그 모습을 간직한 채로 그 날개를 접고 참고 살아야 했던 나날들. 그 두리가 다시 날기 시작할 때 가슴속에 품었던 야망을 다시 펼쳤네. 그리고 다시 날아 올랐네.

 

먼저 무대에 섰던 노광흔 배우가 창을 하기 시작했다. 시베리아로 떠났던 두리는 이듬해 짝을 찾아서 순천만에 다시 찾아오는데 꼭 이렇게 날아오는 것이었다.

 

나는 창을 들으며 흥겨워 날개를 펼치고 춤을 추었다. 한반도 상공에서 저 멀리 순천만을 향했다. 북한 땅 저 멀리 안변평야를 거쳐 오고갔던 두루미와 재두루미들은 DMZ의 철원 평야에서 한가롭게 놀고 있겠지.

 

나는 천수만에서 잠시 휴식을 취한 후에 순천만에 도착해 얕은 물에서 부리로 물을 머금고 하늘을 쳐다보며 물을 먹었다. 그리고 농경지로 향했다. 순천만 주위의 농민과 순천시 공무원, 환경운동가의 도움으로 겨울을 잘 보낼 수 있게 되었구나. 사람들에게 다가가서 반갑게 인사를 하며 감사한 춤을 추었다.

 

 

'다시 꿈을 꾸며 비상하다'

 

그렇게 순천만에서 겨울을 보내고 봄이 되어 매화꽃이 피었다가 지고 한창이던 벚꽃마저 지고 말았다. 4월 초 이미 기온이 올라가고 있어 나도 이제 떠날 때가 되었네. 두루미 보전을 위해 심포지움 장에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인사를 해야겠다.

 

나는 몸을 낮추고 장거리 비행을 위해 힘차게 뛰기 시작했다. 두 날개를 펼치고 따뜻한 기류를 타면서 허공으로 뛰어올랐다. 그리고 서너바퀴 순천만을 돌고 이내 북쪽으로 향했다. 꿈을 간직한 채로.

 

저 멀리서 노래하던 배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잘 가거라 두리야~" 두루미 심포지움에 참석한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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