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예보의 야호리나 산에서 두루미춤을

안영희 기자   |   송고시간 : 2018-02-20 11:35:35

[순천대학교 과학영재교육원 전영국 교수]

 

눈이 싸목싸목 내리기 시작했다. 마치 안개가 피어나듯이 싸락눈이 내리기 시작하더니 이내 스키장 전체를 하나의 화폭에 담고 있다.

 

저 멀리 내려오는 스키를 즐기는 동구의 사람들과 어린애들은 너도 나도 눈발에 희미하게 비치기 시작했다. 나는 양팔을 들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마치 축복을 내리듯이 솜 송이가 하늘하늘 내리면서 신비한 풍광을 자아내고 있다.

 

                                                   사진 촬영 박병욱/순천대 전영국 교수 제공

 

2018년 2월 8일. 같이 온 일행들은 준비해 온 오륜색 띠가 달린 흰색 양말 속에 눈을 담기 시작했다. 그들은 마치 쥐불놀이를 하듯이 눈양말을 빙글빙글 돌리다 던졌다. 눈양말은 다섯 개의 원이 상징처럼 서있는 야호리나의 하늘 높이 수놓았다.

 

순천대 전영국 교수와 제시 라흐만은 미리 짠대로 순천만의 흑두루미와 유럽의 작은 매(sparrow hawk) 가면을 각각 쓰고 퍼포먼스를 했다. 

 

눈 속에 신발이 빠지는 바람에 새처럼 높이 날지는 못하였지만 서로 어울리며 매의 호전성과 두루미의 평화를 몸짓으로 선보였다.

 

 

같이 온 한국의 작가들과 네덜란드의 퍼포먼스 그룹들도 서로 눈양말을 던지면서 참여했다.

 

오륜의 상징물 주위를 뱅글뱅글 돌던 우리는 마침내 지쳐서 다섯 개의 원 중 아래 두 개의 원에 각각 올라가 한 손을 흔들며 사라예보의 동계 올림픽을 회상했다. 그리고 곧 열릴 평창 동계올림픽의 평화로운 분위기가 지속되기를 기원했다.

 

'평화의 상징 두루미'

 

사라예보, 처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먼 동구의 어느 나라로 여겨졌다.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라는 매우 긴 이름과 상당히 격한 내전을 겪었던 나라라는 점에서 더욱 방문하기가 망설여지는 곳이었다.

 

하지만 동계 올림픽이 개최되었던 곳인데다 내전 중에도 미술전시회가 열리고 베를린필 하모니 오케스트라 연주회 및 파바로티가 방문해 평화를 바라는 연주를 하였던 곳이라는 것을 알고 전쟁과 평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곳은 이미 종전이 되어서 생각보다 평화스러운 곳이며 이슬람, 카톨릭, 그리스 정교, 유대교 등의 여러 종교가 혼재되어 있는 곳이다. 휴전 중인 한국에 사는 우리는 어떤가? 오히려 전쟁 중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고 있을 뿐이다.

 

과학과 예술의 연계지점을 연구하기 위해 이번 해외 방문을 하게 된 나는 예상치 않게 보스니아 국립극장 안에 마련된 사라예보의 동계 올림픽에 관련된 한국인들의 사진을 보게 됐다.

 

아마도 평창 동계올림픽의 성공적인 개최를 바라며 마련된 홍보 행사였던 것 같다. 2월 7일은 주 크로아티아 한국대사가 참석한 가운데 보스니아의 합창단 연주가 열렸다.

 

여성 합창단 지휘자의 움직임에 따라 매우 경쾌하고 웅장한 합창이 두 곡 이어졌다. 관계자들의 인사말이 끝나고 나는 제시 라흐만과 함께 간단한 퍼포먼스를 했다.

소치 올림픽 폐막식에서 선보였던 두루미 군무. 그 연장선에서 나는 힘차게 두루미 날개짓을 했다. 저 멀리 남북한을 오가는 평화로운 두루미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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